나는 사계절 중 가을을 가장 좋아한다.
각종 과일과 곡식이 한껏 여물어 그득하게 수확하는
이미지와, 무엇보다 붉고 노랗게 물드는 풍경,
선선하게 시원한 날씨, 길가에 폭신하게 덮여
바스락거리는 낙엽의 소리가 좋다.

“엄마, 가을이 모여있어.”

아침 등교를 하는 길목 길목에 정갈하게 모여
모임을 이루고 있는 낙엽 더미들을  보고 아이가 말했다.

가을이 모여있다.

아이는 이내 ‘아니, 낙엽이 모여있다.’라고 정정했지만,
 가을이 모여있다는 그 표현이 참 마음에 들었다.

아이가 걷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우린, 가을 놀이를
즐겼다. 푹신하게 쌓인 낙엽 위에 털썩 주저앉아
폭신함을 즐기거나, 누워 뒹굴며, 맨손과 몸으로
낙엽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놀이들을 해왔다.
낙엽을 모아 던지고 뿌리며 온몸에 주렁주렁
낙엽이 열리게도 했다.

마지막은 언제나 낙엽 산 만들기. 놀면서 여기저기
흩뿌려진 낙엽들을 한데 모아 작은 낙엽 동산을 만든다.
열심히 길가를 정리해 주신 분들께 해가 되지 않게
하고자 잊지 않고 챙기는 부분이면서 놀이의 마무리
시간인데, 열심히 모아 정리하고 나면 그날의 풍경이
한데 모여있는 듯한 느낌을 받곤 했다.

“엄마, 가을이 모여있어.”

내가 가을을 좋아하는 이유로, 가을만큼은 한껏
느끼고 즐기도록 아이와 함께 해온 것들이 아이 안에
차곡차곡 가을 단편으로 쌓였을까.

길가에 정리된 낙엽 더미들을 보면
이젠 나도 이렇게 말하게 될 것 같다.

‘길가에 소복이 가을이 쌓여있네.’

by DOD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