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하며 금방 친해진 아이들이 있다. 처음부터
낯가림도 없던 아이들인데, 몇 개월이 지나고 나니
가끔은 내가 얘들 엄마처럼 하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책 이야기를 하면
좋아하는데, 읽고 나서 감상을 쓰는 건 싫어한다.
잘하는 아이건, 못하는 아이건 마찬가지다. 무조건
쓰기는 싫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다. 심지어
학년을 가리지도 않는 생각이다. 이유도 중요하지 않고
그냥 싫다고 한다. 친해진 그 녀석들도 마찬가지다.
컨디션이 아주 좋을 때는 싫어도 그냥저냥 써보는데,
기분이 좋지 않거나 몸이 좋지 않을 때는 정말
싫어하는 게 보여서 안쓰러울 때도 있다. 그래도
어쩌겠나 싶어서 조금이라도 쓰게 한다.
조금이라도 끄적여 보는 습관이 생기면 좋을 것 같아서
해보게 하는데, 어느 날은 ‘아~~앙, 히~이~잉’ 이런
소리를 내면서 안하면 안되냐고 하는 게 아닌가. ^^;
귀엽기도 하고 엄마한테 하는 걸 나한테 하는구나
싶어서 어르고 달래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말을 듣지 않아서, 아이의 팔을 손으로 잡고 주무르며
조금만 더 해보자고 했더니, 대뜸 내 손을 보고
“핫팩이다!” 그러는 게 아닌가. 처음엔 무슨
소린가 했는데 생각해보니 내 손이 뜨거웠나 보다.
그래서 “왜 선생님 손이 뜨거울까요? 사람은 언제
몸에 열이 나서 뜨거워지죠?” 했더니 아이들도 말귀를
바로 알아 들었나 보다. “화났을 때요.” 그러면서 내
눈치를 조금 보는 척을 한다. 그러더니 글쓰기를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는지 조금 쓰는 게 아닌가. 사실
진짜 화가 난 게 아니라서 “화 안 났어요~” 했는데 손이
뜨끈하니 아이들이 믿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과 이야기 할 때는 에너지가
더 많이 든다. 한 번 이야기 하지 않고 몇 번 반복해서
이야기해주기도 하고, 아이들이 하는 말을 들으려면
더 집중해 듣기도 해야 한다. 또 여러 명이면 목소리
톤이 더 올라가기도 하는데, 말을 계속 하다보니 열이
오르나 보다. 그래서 그날 이후에, 아이들이 가끔
수업 시간에 딴짓을 하거나, 하기 싫어하면 조금이라도
해보라고 옆구리를 간지럽히기도 해보는데 그때마다
그 녀석들은 내 손 온도를 확인한다.
손이 뜨끈하다 싶으면 또 물어본다. “선생님, 화났어요?”
그때마다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난다. 그래도
너무 웃지는 않고 화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도, 그걸
이용해 보려고 표정을 조금 굳히고 글쓰기를 해보게
한다. 처음 몇 번은 효과가 있는 것 같더니 이제
아이들도 내가 진짜 화난 게 아니란 걸 아는지
안 먹히기 시작했다.
그래도 내 손 온도 체크는 꾸준히 하는 것 같다. 특히
세심한 한 아이가 더 신경을 쓰는 듯하다. 첫 수업 날
내 이름을 직접 물어봐 주었던 친구인데, 그동안 지켜
보니 주위를 살피고 마음을 쓰는 것이 특별하다 싶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주변에 주의를
더 기울이고 관심을 가지는 듯하다. 나의 기분까지
살피는 듯해 기특하면서도 기대가 된다. 아이의
감수성이 얼마나 발달할까 싶은 거다. 아이가 조금
더 자랄 때까지 지금의 그 감수성을 잘 유지하고
더 발달하도록 지켜보고 싶다.
by 권은경
수업을 하며 금방 친해진 아이들이 있다. 처음부터
낯가림도 없던 아이들인데, 몇 개월이 지나고 나니
가끔은 내가 얘들 엄마처럼 하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책 이야기를 하면
좋아하는데, 읽고 나서 감상을 쓰는 건 싫어한다.
잘하는 아이건, 못하는 아이건 마찬가지다. 무조건
쓰기는 싫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다. 심지어
학년을 가리지도 않는 생각이다. 이유도 중요하지 않고
그냥 싫다고 한다. 친해진 그 녀석들도 마찬가지다.
컨디션이 아주 좋을 때는 싫어도 그냥저냥 써보는데,
기분이 좋지 않거나 몸이 좋지 않을 때는 정말
싫어하는 게 보여서 안쓰러울 때도 있다. 그래도
어쩌겠나 싶어서 조금이라도 쓰게 한다.
조금이라도 끄적여 보는 습관이 생기면 좋을 것 같아서
해보게 하는데, 어느 날은 ‘아~~앙, 히~이~잉’ 이런
소리를 내면서 안하면 안되냐고 하는 게 아닌가. ^^;
귀엽기도 하고 엄마한테 하는 걸 나한테 하는구나
싶어서 어르고 달래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말을 듣지 않아서, 아이의 팔을 손으로 잡고 주무르며
조금만 더 해보자고 했더니, 대뜸 내 손을 보고
“핫팩이다!” 그러는 게 아닌가. 처음엔 무슨
소린가 했는데 생각해보니 내 손이 뜨거웠나 보다.
그래서 “왜 선생님 손이 뜨거울까요? 사람은 언제
몸에 열이 나서 뜨거워지죠?” 했더니 아이들도 말귀를
바로 알아 들었나 보다. “화났을 때요.” 그러면서 내
눈치를 조금 보는 척을 한다. 그러더니 글쓰기를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는지 조금 쓰는 게 아닌가. 사실
진짜 화가 난 게 아니라서 “화 안 났어요~” 했는데 손이
뜨끈하니 아이들이 믿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과 이야기 할 때는 에너지가
더 많이 든다. 한 번 이야기 하지 않고 몇 번 반복해서
이야기해주기도 하고, 아이들이 하는 말을 들으려면
더 집중해 듣기도 해야 한다. 또 여러 명이면 목소리
톤이 더 올라가기도 하는데, 말을 계속 하다보니 열이
오르나 보다. 그래서 그날 이후에, 아이들이 가끔
수업 시간에 딴짓을 하거나, 하기 싫어하면 조금이라도
해보라고 옆구리를 간지럽히기도 해보는데 그때마다
그 녀석들은 내 손 온도를 확인한다.
손이 뜨끈하다 싶으면 또 물어본다. “선생님, 화났어요?”
그때마다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난다. 그래도
너무 웃지는 않고 화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도, 그걸
이용해 보려고 표정을 조금 굳히고 글쓰기를 해보게
한다. 처음 몇 번은 효과가 있는 것 같더니 이제
아이들도 내가 진짜 화난 게 아니란 걸 아는지
안 먹히기 시작했다.
그래도 내 손 온도 체크는 꾸준히 하는 것 같다. 특히
세심한 한 아이가 더 신경을 쓰는 듯하다. 첫 수업 날
내 이름을 직접 물어봐 주었던 친구인데, 그동안 지켜
보니 주위를 살피고 마음을 쓰는 것이 특별하다 싶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주변에 주의를
더 기울이고 관심을 가지는 듯하다. 나의 기분까지
살피는 듯해 기특하면서도 기대가 된다. 아이의
감수성이 얼마나 발달할까 싶은 거다. 아이가 조금
더 자랄 때까지 지금의 그 감수성을 잘 유지하고
더 발달하도록 지켜보고 싶다.
by 권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