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저녁,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나 금고가 필요한데 사주면 안 돼?”
금고..? 갑자기 웬 금고..? 전후 사정 없는 요구는
물론, 요구 물품조차 단 한 번도 얘기 나눈 적 없는 아
이템이라 갑작스러우면서도 호기심이 발동해 물었다.
“갑자기 금고는 왜??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금고
관련된 게 있었어? 친구 중에 누가 가지고 있데?
금고에 뭐 넣으려고?”
수업 중에 얘기 나온 것도 아니었고, 친구가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금고에 뭐 넣을 건지도
말해줄 수 없다는 답변.
비밀번호로 열고 닫으면서 너무 크기 않고
자기 책상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금고라고 구체적으
로 묘사하는 것을 보면, 어딘가에서 보고 아이디어를
얻은 것 같긴 한데, 일단 비밀금고 아이템이 필요하다
는 말이 귀여우면서도 여간 신기한 것이 아니었다.
안 그래도 얼마 전 노트에 비밀노트라고
표지에 적고는 무엇인가 열심히 적어두더니.
그래도 그땐 첫 페이지만 절대 보면 안 된다고
하고는 나머지 페이지는 본인이 계획한 비밀 프로젝
트들이라며 다 보여주고 설명해 주던 적이 있긴 했다.
비밀이라니. 어느덧 자기만의 비밀을 만드는
나이가 되었구나. 더 어릴 때야 비밀이라고 하고서는
엄마하고는 다 공유하는 비밀이었는데, 이젠 ‘경계’를
구분하는 자기만의 ‘비밀’이 생기기 시작하나 보다.
평소와 다름없는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문득 이렇게 갑작스러운 에피소드로 아이의 성장을
느끼는 순간이 온다. 하나의 ‘사람’으로 잘 성장하고
있는 걸 느끼며 대견하고, 신기하면서도 아주 조금은,
정말 조금은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작은 미니 금고 이야기로 아이의 사춘기를 예상해
보며, ‘방에도 못 들어가게 하겠지? 뭐 물어보면 대충
얘기하며 됐다고 하겠지?’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가, 눈앞에 열심히 금고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작은
아이를 보고는 지금의 현실로 돌아온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하나의 인격체로
올바르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나(부모) 역시
온전한 인격체로 성장하는 것.
순간순간 느껴지는 아이의 성장을 목전에 두고,
‘잘 크고 있구나, 부모로서 응원해 줘야지’ 하면서도
섣불리 ‘빈 둥지 증후군’을 연상하는 나 자신을 다독이
며, ‘유난스러운 부모가 되지 말자’ 되뇐다.
아이가 원하던 비밀금고가 도착했다. 적당한
위치를 잡고는 비밀번호 설정 완료. 건전지가 다
되어 못 열 경우를 대비한 비상 마스터키는
나의 서랍 속으로.
금고 속에 무엇을 보관할지 너무 궁금했지만,
‘비밀’을 지켜주고자 열어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물은 너무 쉽게 공개되었는데
아이가 비밀번호를 잊어서 같이 열고
새로 설정해 주다 보니,
아이의 비밀은
‘자기가 만든 종이 공작물, 스티커,
맘에 든다던 껌 종이’ 등등.
오늘도 내가 너무 앞서서, 사서 걱정했다 싶다.
by DODORe
어느 날 저녁,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나 금고가 필요한데 사주면 안 돼?”
금고..? 갑자기 웬 금고..? 전후 사정 없는 요구는
물론, 요구 물품조차 단 한 번도 얘기 나눈 적 없는 아
이템이라 갑작스러우면서도 호기심이 발동해 물었다.
“갑자기 금고는 왜??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금고
관련된 게 있었어? 친구 중에 누가 가지고 있데?
금고에 뭐 넣으려고?”
수업 중에 얘기 나온 것도 아니었고, 친구가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금고에 뭐 넣을 건지도
말해줄 수 없다는 답변.
비밀번호로 열고 닫으면서 너무 크기 않고
자기 책상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금고라고 구체적으
로 묘사하는 것을 보면, 어딘가에서 보고 아이디어를
얻은 것 같긴 한데, 일단 비밀금고 아이템이 필요하다
는 말이 귀여우면서도 여간 신기한 것이 아니었다.
안 그래도 얼마 전 노트에 비밀노트라고
표지에 적고는 무엇인가 열심히 적어두더니.
그래도 그땐 첫 페이지만 절대 보면 안 된다고
하고는 나머지 페이지는 본인이 계획한 비밀 프로젝
트들이라며 다 보여주고 설명해 주던 적이 있긴 했다.
비밀이라니. 어느덧 자기만의 비밀을 만드는
나이가 되었구나. 더 어릴 때야 비밀이라고 하고서는
엄마하고는 다 공유하는 비밀이었는데, 이젠 ‘경계’를
구분하는 자기만의 ‘비밀’이 생기기 시작하나 보다.
평소와 다름없는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문득 이렇게 갑작스러운 에피소드로 아이의 성장을
느끼는 순간이 온다. 하나의 ‘사람’으로 잘 성장하고
있는 걸 느끼며 대견하고, 신기하면서도 아주 조금은,
정말 조금은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작은 미니 금고 이야기로 아이의 사춘기를 예상해
보며, ‘방에도 못 들어가게 하겠지? 뭐 물어보면 대충
얘기하며 됐다고 하겠지?’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가, 눈앞에 열심히 금고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작은
아이를 보고는 지금의 현실로 돌아온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하나의 인격체로
올바르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나(부모) 역시
온전한 인격체로 성장하는 것.
순간순간 느껴지는 아이의 성장을 목전에 두고,
‘잘 크고 있구나, 부모로서 응원해 줘야지’ 하면서도
섣불리 ‘빈 둥지 증후군’을 연상하는 나 자신을 다독이
며, ‘유난스러운 부모가 되지 말자’ 되뇐다.
아이가 원하던 비밀금고가 도착했다. 적당한
위치를 잡고는 비밀번호 설정 완료. 건전지가 다
되어 못 열 경우를 대비한 비상 마스터키는
나의 서랍 속으로.
금고 속에 무엇을 보관할지 너무 궁금했지만,
‘비밀’을 지켜주고자 열어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물은 너무 쉽게 공개되었는데
아이가 비밀번호를 잊어서 같이 열고
새로 설정해 주다 보니,
아이의 비밀은
‘자기가 만든 종이 공작물, 스티커,
맘에 든다던 껌 종이’ 등등.
오늘도 내가 너무 앞서서, 사서 걱정했다 싶다.
by DODORe